흑백 사진의 다양한 카메라 판형을 이야기하기 전에, 장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카메라 렌즈야말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중요한 장비다. "지불한대로 얻으리라"는 말은 렌즈를 구입할 때 따르는 안전한 법칙과 같다.
흑백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의 화질이다. 선예도, 콘트라스트, 렌즈밝기는 렌즈를 선택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들인데,
이는 값싼 렌즈로는 극복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대 조리개가 f/1.4 또는 f/2의 매우 비싼 밝은 렌즈를 사는 데 망설인다.
35mm 카메라를 쓰는 이유는 속도와 유연성 때문이다. 밝은 렌즈는 어두운 상황에서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야생사진을 촬영할 경우 가능하면 가장 밝은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그러나 f/11 이상의 조리개와 삼각대를 즐겨쓰는 풍경사진가라면, 렌즈밝기는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든, 가능한 가장 좋은 품질의 렌즈를 구입하고, 주요 기업의 제품을 고수하라.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면 렌즈 구입을 피하라.
최근에 나는 핫셀블라드에 장착할 고가의 40mm 렌즈를 고통을 감내하며 사야했다.
하지만 그 렌즈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콘트라스트와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보면, 앞으로 계속 이 렌즈를 써야만 할 것 같다.
구매의 고통은 지나간 일이지만, 렌즈는 여전히 내 곁에 있다.
- Richard Olsenius
나는 어두운 상황에서까지 유연해지고 싶지 않다. 따라서 밝은 렌즈는 내게 있어 고려 대상은 아니다. 내가 구할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을 약간 넘나드는 선에서 나는 항상 가능한 가장 좋은 품질의 렌즈만을 사용하지만, 언제나 주요 기업의 제품을 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요즘의 카메라 업계에서의 그 빌어먹을 '주요기업' 이란, 많은 부분에서 광학적인 퀄리티와 일맥상통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가진 60년대 이전에 생산된 카메라와 렌즈들은 정말 주요 기업의 그것이기도 하다.
필름이 가득찬 냉장고 야채칸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기 이전에, 실은 필름을 쓰기에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이 항상 존재한다. 언제까지 쓸 지도 모르는 것을 그나마 쟁여놓는다고 모아오던 게 이제 냉장고 공간도 부족해지려고 한다. 어쩌면 저 냉장고 속의 필름들 중 이미 망한 회사의 것들은 종이포장조차 뜯겨지지 않고 보관될 지도 모른다. 곧 없어질 것 같아서, 좀더 여유롭게 쓰고자 미리미리 사두었던 것들을, 이제 정말 없어질까봐 못쓰는 처지가 되는 꼴이란...
내가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까지 올드 카메라와 올드 렌즈들을 고집하는 것도, 그렇게 조금만 시간을 흘려보내면 그나마 지금 눈에 띄는 것들조차 쓸 기회가 없어질까 하는 두려움 내지는 조급함 때문이다. 지금처럼 몇개의 거대기업이 카메라를 만들던 시절이 아닌, 소수의 장인들이 모여 설립한 군소 업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 시절의 그 공예품들을 형편이 닿는 한 조금이라도 더 만져보고 싶을 뿐이다. 물론, 그런다고 내 사진이 더 좋아지거나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
정말 맘에 드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으면, 단지 필름을 장전하고 조리개링을 돌리고, 셔터를 누르는 그 자체가 즐거울 때가 있다. 특히 라이카나 자이스 이콘의 제품들이 그런데, 이것 또한 나에게는 사진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잘 만든 바디는 그 주인으로 하여금 무리한 힘을 주게 하지 않는다. 아주 약간의 힘만으로도 부드럽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의 감촉을 느끼기에는 요즘의, 특히 일제 카메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라이카와 콘탁스 레인지파인더의 가장 큰 차이는 셔터감에 있는 것 같다. 라이카의 셔터감이 쵸콜렛처럼 부드럽다면, 콘탁스의 셔터는 어딘지 총을 격발하는 듯한 딱딱함이 느껴진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는 콘탁스 레인지파인더지만, 객관적으로는 셔터감에서 매우 열세이다.아마도 셔터의 재질 자체에서 천과 금속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듯 하다. 대신에 콘탁스의 셔터는 정면광에 타들어갈 염려는 없지 않은가! 또한 이 비교는 사실 무리한 비교일 수도 있는 것이 내가 써본 라이카는 M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바르낙과 콘탁스를 비교하는 것이 옳다. 다만, 셔터 재질에 따른 부드러움과 딱딱함은 바르낙과 콘탁스의 비교라 해도 유효할 것 같다.)
며칠 전 엄청 갖고싶은 카메라가 있었다. Rectaflex.
이태리의 렉타플렉스 사에서 만든 일안반사식 카메라이며, 콘탁스 S와 더불어 펜타프리즘이 달린 최초의 일안반사식 카메라이기도 하다. 펜타프리즘이 없이 상이 거꾸로 보이는 일안 반사식으로는 Exakta 카메라가 유명하다. 각설하고, 렉타플렉스 바디에 슈나이더 렌즈가 달려있는 상태가 매우 좋은 카메라였는데, 지금도 그놈이 이베이에 번듯하게 걸려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가이기에 쉽게 살 수가 없었다. 대신에 월등히 저렴한 Exakta에 렌즈 몇개를 지름으로써 그 놈을 외면하기로 했다.
그 렉타플렉스가 없어도, 나에게는 충분히 사진기들이 넘쳐나고 오히려 찍을 시간이 없는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그 놈을 굳이 갖고싶었던 것은, 그 놈으로 사진을 찍는것도 찍는 것이지만, 내 방에서 멍청하게 웃어가면서 그놈을 만지고 싶었던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저런 놈을 지금 놓치면 언제 다시 구할 수 있을 지도 몰라서, 단순히 그 기계를 소유하고 싶어서였다. 60년 전 근대공업의 그 영광스러움을, 포이동의 담배냄새 가득한 작은 방에서 상상하고 싶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 필름 카메라 유저의 궁색한 잡설
카메라 렌즈야말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중요한 장비다. "지불한대로 얻으리라"는 말은 렌즈를 구입할 때 따르는 안전한 법칙과 같다.
흑백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의 화질이다. 선예도, 콘트라스트, 렌즈밝기는 렌즈를 선택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들인데,
이는 값싼 렌즈로는 극복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대 조리개가 f/1.4 또는 f/2의 매우 비싼 밝은 렌즈를 사는 데 망설인다.
35mm 카메라를 쓰는 이유는 속도와 유연성 때문이다. 밝은 렌즈는 어두운 상황에서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야생사진을 촬영할 경우 가능하면 가장 밝은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그러나 f/11 이상의 조리개와 삼각대를 즐겨쓰는 풍경사진가라면, 렌즈밝기는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든, 가능한 가장 좋은 품질의 렌즈를 구입하고, 주요 기업의 제품을 고수하라.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면 렌즈 구입을 피하라.
최근에 나는 핫셀블라드에 장착할 고가의 40mm 렌즈를 고통을 감내하며 사야했다.
하지만 그 렌즈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콘트라스트와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보면, 앞으로 계속 이 렌즈를 써야만 할 것 같다.
구매의 고통은 지나간 일이지만, 렌즈는 여전히 내 곁에 있다.
- Richard Olsenius
나는 어두운 상황에서까지 유연해지고 싶지 않다. 따라서 밝은 렌즈는 내게 있어 고려 대상은 아니다. 내가 구할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을 약간 넘나드는 선에서 나는 항상 가능한 가장 좋은 품질의 렌즈만을 사용하지만, 언제나 주요 기업의 제품을 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요즘의 카메라 업계에서의 그 빌어먹을 '주요기업' 이란, 많은 부분에서 광학적인 퀄리티와 일맥상통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가진 60년대 이전에 생산된 카메라와 렌즈들은 정말 주요 기업의 그것이기도 하다.
필름이 가득찬 냉장고 야채칸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기 이전에, 실은 필름을 쓰기에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이 항상 존재한다. 언제까지 쓸 지도 모르는 것을 그나마 쟁여놓는다고 모아오던 게 이제 냉장고 공간도 부족해지려고 한다. 어쩌면 저 냉장고 속의 필름들 중 이미 망한 회사의 것들은 종이포장조차 뜯겨지지 않고 보관될 지도 모른다. 곧 없어질 것 같아서, 좀더 여유롭게 쓰고자 미리미리 사두었던 것들을, 이제 정말 없어질까봐 못쓰는 처지가 되는 꼴이란...
내가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까지 올드 카메라와 올드 렌즈들을 고집하는 것도, 그렇게 조금만 시간을 흘려보내면 그나마 지금 눈에 띄는 것들조차 쓸 기회가 없어질까 하는 두려움 내지는 조급함 때문이다. 지금처럼 몇개의 거대기업이 카메라를 만들던 시절이 아닌, 소수의 장인들이 모여 설립한 군소 업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 시절의 그 공예품들을 형편이 닿는 한 조금이라도 더 만져보고 싶을 뿐이다. 물론, 그런다고 내 사진이 더 좋아지거나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
정말 맘에 드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으면, 단지 필름을 장전하고 조리개링을 돌리고, 셔터를 누르는 그 자체가 즐거울 때가 있다. 특히 라이카나 자이스 이콘의 제품들이 그런데, 이것 또한 나에게는 사진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잘 만든 바디는 그 주인으로 하여금 무리한 힘을 주게 하지 않는다. 아주 약간의 힘만으로도 부드럽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의 감촉을 느끼기에는 요즘의, 특히 일제 카메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라이카와 콘탁스 레인지파인더의 가장 큰 차이는 셔터감에 있는 것 같다. 라이카의 셔터감이 쵸콜렛처럼 부드럽다면, 콘탁스의 셔터는 어딘지 총을 격발하는 듯한 딱딱함이 느껴진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는 콘탁스 레인지파인더지만, 객관적으로는 셔터감에서 매우 열세이다.아마도 셔터의 재질 자체에서 천과 금속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듯 하다. 대신에 콘탁스의 셔터는 정면광에 타들어갈 염려는 없지 않은가! 또한 이 비교는 사실 무리한 비교일 수도 있는 것이 내가 써본 라이카는 M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바르낙과 콘탁스를 비교하는 것이 옳다. 다만, 셔터 재질에 따른 부드러움과 딱딱함은 바르낙과 콘탁스의 비교라 해도 유효할 것 같다.)
며칠 전 엄청 갖고싶은 카메라가 있었다. Rectaflex.
이태리의 렉타플렉스 사에서 만든 일안반사식 카메라이며, 콘탁스 S와 더불어 펜타프리즘이 달린 최초의 일안반사식 카메라이기도 하다. 펜타프리즘이 없이 상이 거꾸로 보이는 일안 반사식으로는 Exakta 카메라가 유명하다. 각설하고, 렉타플렉스 바디에 슈나이더 렌즈가 달려있는 상태가 매우 좋은 카메라였는데, 지금도 그놈이 이베이에 번듯하게 걸려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가이기에 쉽게 살 수가 없었다. 대신에 월등히 저렴한 Exakta에 렌즈 몇개를 지름으로써 그 놈을 외면하기로 했다.
그 렉타플렉스가 없어도, 나에게는 충분히 사진기들이 넘쳐나고 오히려 찍을 시간이 없는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그 놈을 굳이 갖고싶었던 것은, 그 놈으로 사진을 찍는것도 찍는 것이지만, 내 방에서 멍청하게 웃어가면서 그놈을 만지고 싶었던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저런 놈을 지금 놓치면 언제 다시 구할 수 있을 지도 몰라서, 단순히 그 기계를 소유하고 싶어서였다. 60년 전 근대공업의 그 영광스러움을, 포이동의 담배냄새 가득한 작은 방에서 상상하고 싶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 필름 카메라 유저의 궁색한 잡설
Trackback Address :: http://www.rrisonmind.net/trackback/23


